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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뉴질랜드]워킹홀리데이 일자리 구하는 팁(키위 팩하우스)

 

Bay of Plenty. 풍요의 만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지역인만큼 과일과 채소가 많이 난다. 8월에는 아보카도 픽킹과 그레이딩(검수)이 잠깐 있고, 키위의 경우는 시즌이 길다. 날씨에 따라 다르지만 3월 전부터 키위팩하우스에 일자리를 알아본다면 3월-8월까지 픽킹/팩킹 시즌후에도 리팩킹(냉장보관 키위 재포장)시즌이 있어서 일을 잘했거나 오래 일했던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곳도 많다. 하지만 포장이라고 프루닝보다 엄청 쉽다고는 말은 못하겠다. 손가락 끝으로 하나하나 검사하면서 무른 키위를 골라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손가락도 트고, 계속 서서 일해서 다리도 많이 붓는다. 그러나 실내에서 일하기 때문에 오래 일해도 덜 피곤한것은 사실이다.

 

처음 타우랑가에 도착해서는 시내에 있는 백팩커스에서 살다가 거기서 만난 일본인 친구와 함께 셰어하우스를 찾았다. 백팩커스는 일주일에 $175였고 침대도 불편해서 얼른 나오고 싶었다. 사람들도 계속 바뀌고 위생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2주는 꼭 있어야 한대서 그냥 살았다.

 

방문을 열면 있는 정원. 노을이 지면 더 멋있었다.

이 주변에는 차고를 개조해서 시즌일을 하는 외국인들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곳이 많다. 나는 마웅가누이산 근처에서 일주일에 $120을 내는 셰어로 들어갔다. 8인실로 개조된 차고에서 자고 주방이나 샤워실은 10걸음 정도 걸어가야 했는데 나는 살만했다. 겨울이래도 눈도 안내리고 영하로도 안내려가는 곳이라 추운것도 없고, 쉬는날에는 정원에 빨래널고 새소리를 들으면서 밥을 먹으면 소확행 그 자체. 다들 일하는 처지라 각자 쉬는날이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 물론 친해져서 같이 놀러가는 것도 있다. 사바사, 케바케, 집바집. 사실 사는 집이 어느 각도에서 보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냥 뒷마당인데 꽃도 피어있고..

 

나는 키위만 했기 때문에 키위 팩하우스를 추천한다. 키위시즌이 다 끝날 무렵 팩하우스들을 돌면서 이력서를 뿌렸다. 지도를 보고 찾아가면 사무실앞에 일자리 없음이라고 붙여진 곳도 있었지만, 시즌 후 리팩킹을 하는 큰 팩하우스들은 늘 사람을 구하기 때문에 사무실 직원이 안 될거라는 말을 해도 일단 신청은 하는게 좋다. 규모가 크면 중간에 나가는 사람들이 꼭 있기 때문에!

 

본 시즌 끝물에 들어가서 그 때는 돈을 별로 못벌고, 리팩킹할 때 주6일씩 일하면서 꽤 괜찮은 페이를 받아볼 수 있었다.  팩하우스에서는 시급이지만 농장에서 픽킹을 하면 컨트랙트라고 자기가 얼마나 따느냐에 따라 페이가 달라진다. 나는 한번도 도전하지 않아서 말할 수 없지만 사과픽킹과 키위 픽킹을 모두 했던 친구에게 물어보니 사과보다는 훨씬 쉽다고 했다. 그 친구는 남섬부터 돌아다니며 사과, 체리, 아프리콧(살구) 등등 과일 픽킹의 신이였기 때문에 돈을 엄청 벌어갔다. 그러나 역시 밖에서 일하기 때문에 비가 오면 일을 못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자리를 잡길 바란다.

 

포장 검수 방법은 팩하우스의 규모에 따라 다른데, 내가 다닌 곳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Te Puke의 Eastpack, 그 근처에서는 큰 규모의 회사였다. 그래서 공장식으로 굴러갔다. 스티커도 기계가 붙이고, 검수도 기계가 80%정도 해준다. 키위하나를 여러 각도에서 찍어 무르거나 오염이 묻은 것만 사람이 손과 눈으로 걸러내는 방식. 같은 집에서 살던 한국인 친구는 조금 더 규모가 작은 곳을 다녔는데 직접 키위를 쏟아붓고 검수를 한다고 했다. Eastpack에서는 체감상 90%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운영된다.

 

키위들은 거의 모두 냉장보관이 되어있다고 한다. 그래서 컨베이어벨트위로 굴러오는 키위들 중에는 얼음이 껴있는 애들도 있다. 하루 전 냉장실에서 꺼내 포장하는 방식이었는데, 만약에 냉장실 상태가 좋지 못해서 곰팡이가 꼈꺼나 과일들이 무른 경우 그 통에 들어있던 키위들은 그냥 폐기 된다. 그러면 그 날 하루는 일이 없어질 수 도 있다. 이런 건 시즌 막바지에 갈 수록 자주 발생해서 본시즌 마지막 10일 정도는 일을 반나절정도 하거나 일주일에 3번만 출근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되니 참고.

 

그러는 동안 팩하우스를 떠나는 사람들도 많은데,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조금 버텼다가 리팩킹할 때 돌아오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수퍼바이저들마다 다른데,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미리미리 리팩킹시즌에 대해 귀뜸해준다. 나도 홍콩에서 온 여러 친구들과 함께 일하다가 다 같이 리팩으로 들어갔는데 아침 6시부터 저녁 6-7시까지 아주 빡세게 굴린다. 오버타임은 돈이 1.5배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연장이 확정되면 환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리팩킹을 하면서는 일주일에 $800-$1000정도의 페이를 받았다.

 

멀리에 마운트 마웅가누이. 집에서 10분 걸어가면 이런 장관이 있다.

나는 리팩킹을 딱 한 달 하고 그만뒀다. 뉴질랜드에서 일하면서 그 한 달간 처음으로 돈을 모아볼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 친구가 일주일간 휴가차 놀러오기로 해서 남섬으로 떠나야했다. 3월에 다시 오라는 수퍼바이저의 말에 딱히 할 일이 없으면 오겠다는 말을 하고 나왔다. Mt. Maunganui 근처에서 3개월가량 살다보니 떠나는게 아쉽기도 했다. 정말 다음 3월에 더 좋은 일을하는게 아니라면 돌아올 생각이 들 정도로. 안타깝게도 2019에는 키위가 흉작이었다....

 

키위 팩하우스에서 일하면서 좋았던 점

1. 골드나 그린 키위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매일 매일 한 바구니씩 가져가시는 분들도 있다. 물론 상품가치가 좀 떨어지는 키위이긴 하지만, 잘 골라보면 그냥 너무 익어서 포장을 하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가져가서 바로 먹으면 아주 맛있다.

2. 실내에서 일하기 때문에 비가오나 바람이 부나 그냥 출근하면 된다. 안정적으로 쉬는 날이 정해져 있고, 페이도 미리 가늠할 수 있어서 좋다.

3. 그러면 안 되지만 많이 사람들이 일하면서 노래를 듣는다. 나 같은 경우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했다. 안전상 위험하니까 들으려면 한쪽으로만 끼는게.... 물론 걸리면 혼난다.

4. 컨트랙트로 일할 때 남들이 나보다 빨리하면(그럴 수 밖에 없다. 시즌마다 일하시는 노하우 많으신 로컬들이 있기에) 받는 스트레스가 없다. 그냥 일하면 된다. 약간 꾀를 부릴 수도...(비추. 수퍼바이저들은 눈이 날카로워서 삐질대면 바로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