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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뉴질랜드]워킹홀리데이 더니든 일자리 후기

여름이면 더니든으로 들어오는 크루즈선

남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더니든. 기차역, 성당 등등 볼 게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작은 스코틀랜드랄까.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많이 넘어와 정착한 곳이라 다른 곳보다도 백인들이 많고 마오리족이 적은 편이다. 여름에는 큰 크루즈선이 100척가량 들어와서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도시이지만 겨울에는 한산하다. 나는 여름부터 겨울까지 쭉 더니든에서 지냈다. 일자리 구하기도 쉽고 안정적으로 수입이 들어와서 살기에도 편했다.

 

더니든은 관광객도 많지만 학생들도 많다. 대학교들이 엄청 많기 때문! 오타고 대학교부터 작은 컬리지들까지 학교가 굉장히 많다. 자연스레 학기중에는 학생들이 할만한 알바자리는 구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에는 학생들이 쭉 빠져서 일을 구하기가 쉬운 장점도 있다. 나는 더니든의 시내에 방을 잡고 인력 사무소를 찾았다. 내가 간 곳은 Select라는 곳이었는데, 가입하자마자 바로 일을 주어서 좋았다. 친절하게 다 설명해주고 일자리가 멀면 차도 태워준다. 가입할 때 돈은 내지 않고 내가 페이와 별개로 연결해주는 회사에게서 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이라 나는 그냥 일하는데로 시급을 받아갔다.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므로 계약할 때 소변검사도 함께 하니 참고. 주로 계란, 재활용, 양계장 그리고 페이가 제일 좋은 1시간 거리의 광산이 있다. 여기도 안가봤다. 더니든에는 이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엄청 큰 버스를 타고 간다. 가끔 저녁 늦게 퇴근하는 통근버스를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단순 노동직 말고도 사무직, 경력직 채용에도 도움을 주는 곳이다. 일단 가서 상담을 해보면 자세히 알려준다.

 

셀렉트에서 찾아 주는 일자리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내가 한 건 계란 포장 검수와 재활용센터였다. 계란 공장은 나랑 잘 맞아서 셀렉트와 계약을 해지하고 직접 공장과 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하려면 6개월 이상 일 할 수 있어야하고, 셀렉트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발생하는 위약금을 회사에서 내주어야하므로 정말 보스들과 친해지지 않으면 어렵다. 성실하게 일하면 매주 스케줄을 짜주니 그냥 셀렉트를 통해서 돈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에 반해 재활용 센터는 계란 공장에 일이 없을 때 한 주 가봤는데... 엄청 힘들어서 딱 4일 나가고 안나갔다. 방진 마스크를 꼈어도 더러운 먼지를 많이 마셔서 그런가 피부병도 나고 크흡. 셀렉트에서 같이 일하던 홍콩 친구와 얘기를 해보니 계란 공장 뒷편 양계장에서 늙은 닭을 폐기(?)하는 일을 해봤다고 했다. 살면서 그렇게 힘든 일은 처음이었다고.. 한 손에 닭을 4~5마리 잡아야하는데 팔 힘이 딸려서 나중에는 부들부들 떨면서 일했다고 한다. 무서워서 그건 안했다. 닭은 그냥 무서워. 나도 그 친구에게 재활용센터에 가지 말라고 충고해줬다.

 

계란 공장은 처음 오면 쉬운 일을 시키지만 운이 나쁘면 그냥 바로 바쁜 라인에 투입될 수 있다. 하루종일 종이 박스를 만들거나 쏟아져 나오는 12개입 계란을 박스에 담아 나르면 시간이 정말 빨리간다. 그냥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일을 했는데 근육이 많이 생겼다. 몸쓰는 일을 좋아한다면 추천. 약 9개월간 있으면서 기계 조작도 배워보고 계란도 많이 먹었다. 2주에 한 번씩 계란 한 판을 줘서 늘 부족하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스케줄을 짜 주는 것도 나한테 거의 맞춰줘서 주 3-6일 사이로 정할 수 있다. 나는 거의 6일을 하고 가끔 쉬고 싶을 때만 주 5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모았다. 

 

평균적으로 한 주 페이는 세후 $850. 아침 6시 반에 시작해서 3시 정도에 끝나는데 오버타임이 되어도 4시 전에 끝난다. 어쩔 때는 계란이 적어서 1시반에도 끝난다. 그래서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을 계란 공장에서 찾은 1인. 셀렉트와 일을 하면 오버타임도 같은 시급을 준다. Flat wage라고 뉴질랜드는 오버타임을 해도 1.5배가 강제가 아니다. 회사에 따라 다 다르다. 난 이게 너무 싫어서 공장에서 따로 계약 하자고 했을 때 정말 기뻤다. 정직원은 1.5배!

 

나중에는 내 배위에서 자던 핑퐁. 외출냥이라 처음에는 경계가 심했다.

더니든에서도 주 $120에 쉐어하우스에서 살았다. 고양이도 있고 큰 2층 집이라서 사람들이 없는 겨울에는 나혼자 큰 집을 독차지한 느낌도 들었다. 걸어서 카운트다운도 갈 수 있고, 차를 주차하기도 편리했던 집. 여러모로 더니든에서의 삶은 참 안정적이었다. 쉬는 날이면 차타고 잠깐 나가 자연을 만끽할 수 있고, 주변에 박물관이나 아트센터에서 전시도 볼 수 있다.

 

뉴질랜드스런 풍경. 더니든 시내에서 차로 20분이면 볼 수 있다.

셀렉트를 통해서 파견을 오는 많은 워홀러들이 정말 불성실하게 일을 한다. 유럽쪽 친구들은 몸을 사리는게 눈에 보여서 같이 일하시는 키위분들은 새로운 셀렉트 직원이 오면 한동안은 말도 잘 안걸어 준다. 어짜피 시급 나오니까 그런건지 설렁설렁 움직이면 같이 일하면 힘이 빠진다. 그래도 한국사람들은 그 중에서 제일 성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워홀로 남의 나라에서 일하면 이런것도 신경 써줘야한다. 내 뒤에 올 워홀러들을 위해서라도 어딜 가든 성실하게 한국사람들은 일을 잘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일해보자.